Yomi's Pray의 모든 게시글은 불펌 금지입니다.
안녕하세요, 여러분. 요미입니다. 댓글로 몇몇 분들이 저의 결혼 생활 2탄을 기대하셔서 또 용기 내어 글을 써봅니다.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니 읽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. 사실 저와 남편은 이번 달에 거의 일주일에 2~3번씩 싸웠습니다. 싸우고 다음날 그 다음날까지 냉전을 할 때도 있었으니.. 일주일 내내 사이가 안 좋았던 적도 많았고, 남편은 저를 만나기 전에 사귄 여자친구와는 이렇게까지 싸워 본 적이 없는지라(저는 많았음ㅋ), 더 힘들어했습니다. 물론 저도 엄청 괴로웠습니다. 하지만 오늘은 어두운 이야기, 자세히 들어보면 결혼하기 싫어지는 이야기, 비혼을 부추기는 이야기는 하지 않고 가벼운(?) 에피소드를 간단히 풀어보겠습니다.
슬프고 공허한 요미
몇 주 전에 저와 남편은 엄청 크게 부부 싸움을 했습니다. 서로 엄청난 막말을 했고, 비꼬고, 비웃고, 상처를 가득 줬습니다. 저는 엉엉 울면서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니 침실에서 나가달라고 했고(전형적인 회피형인 저ㅋ), 남편은 더 이야기하자고 했으나 제가 거부하자 결국 거실로 쫓겨났습니다. 그리고 그때부터 냉전이 시작되었습니다.
저는 저의 확고한 저항 정신과 결의를 남편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밥을 굶기로 결심했습니다. 그때가 주말이었는데 방 밖으로 나가서 남편과 마주치기도 어색했고, 상처받았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뭘 맛있게 먹으면 좀 그러니까요. 식욕을 잃은척해야 했습니다. 공복이 노화에도 좋다고 하고, 결혼하고 감당할 수없이 찐 살도 뺄 겸 굶기 시작했습니다.
그런데 문제는.. 제가 결혼하고 식욕을 완전히 해제한 상태라 한 끼를 굶기도 너무나 힘들다는 것입니다. 그냥 배고픈 정도가 아니라 당이 떨어져서 손이 떨렸습니다. 다행히 침대 서랍에 사탕이 있어 아껴가며 조금씩 핥아먹으며 한 끼(저녁)를 굶었습니다. 다음 날 늦은 아침에 남편이 외출을 하더군요. 세차를 하러 나가니 뭐라도 챙겨 먹으라고 카톡이 와있었습니다. 그 카톡을 안읽씹하고, 남편이 오기 전에 빨리 뭘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그래서.. 손을 떨며 쭈꾸미를 시켜 먹었습니다.
꿀맛이더라구요. 냄새가 밸까 봐 창문을 전부 열어두고 쌈까지 열심히 싸먹고 있는데.. 남편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!!!!
남편이 언제 올지 몰라 침실에서 문을 닫고 먹고 있었기 때문에 들키진 않았지만, 남편이 방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올지도 몰랐기 때문에 정말로 조심스럽게 주섬주섬 먹던 걸 정리해서 비닐봉지에 묶어 침실과 연결된 베란다 창고(에어컨 환풍기 두는 곳)에 숨겨뒀습니다.
쭈꾸미를 먹고나 니 하루 종일 배가 부르더라구요. 남편은 제가 그 전날 저녁부터 꼬박 하루가 넘게 굶은 걸로 알고 저녁에 라면을 끓였으니 함께 먹자고 했지만 저는 굉장히 슬프고 공허한 눈으로 '안 넘어간다. 배가 고프지 않으니 너 혼자 먹어라' 라고 했습니다. (배가 불러 터질 것만 같았음;;)
그리고 며칠 후 남편과 화해를 했고 저는 쭈꾸미에 대해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. 봄이 되면서 남은 쭈꾸미 양념 및 음식물 쓰레기들이 따뜻한 날씨에 조금씩 썩고 있었겠죠. 그런데 바로 며칠 전... 남편이 제가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하고 있는데 '베란다 환풍기 위에 족발 남은 거 뭐야?' 라고 하는 겁니다!!!!
저는 완전 동공 지진이었죠.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'아~ 그거? 내가 이따가 버릴게~' 라고 했습니다. 남편이 계속 집요하게 물어봤습니다! '언제 먹었어? 나 몰래 족발 시켜 먹고 있었던 거야??' 하면서요... 저는 끝까지 출처를 말하지 않고 '자기가 말 안 해줬으면 이사 갈 때 버릴 뻔했네. 고마워~' 하면서 쓰레기를 버렸습니다.
휴대폰 저장 애칭
결혼 전에 저는 남편에게 나름대로 저에 대한 환상을 지켜 줄 생각이었습니다. 화장도 매일 하고, 남편한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지. 샤워도 귀찮아서 안 할 때도 있지만 결혼하면 하루에 두 번씩 해야겠다. 라고 말입니다. 하지만 실제로 남편은 잡채밥 시켜 먹고 하루 종일 누워서 꼼짝도 하지 않는 제 모습, 일어나서 저녁 6~7시까지 씻지 않은 저의 꼬질한 모습, 화장을 전혀 하지 않는 모습 등을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. 처음에는 결혼하니까 '화장 안 해??' 하면서 결혼 후에 화장을 잘 안 한다고 서운해하더니 최근에는 '화장해??' 하면서 화장하면 굉장히 놀라워합니다.
그런데 남편도 마찬가지입니다. 저는 남편이 샤워를 하기 전에 대부분 큰일을 본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, 남편이 하루에 두 번 씻지 않으면 머리에서 감자 냄새가 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. 그래서 남편 머리에 코를 대고 킁킁대면서 '감자 냄새나' 라고 했는데 남편이 발끈해서 '너한테서는 암내나' 라며 제 겨에 킁킁대며 말하는 겁니다. 그 말을 듣고 열받아서 남편 몰래 제 휴대폰에 등록된 남편의 이름을 바꿨습니다.
혼자서 복수를 했다는 생각에 쾌감을 느끼고 있었는데.. 어느 날 남편 휴대폰에 제 이름이 이렇게 뜨더군요.
'미국 Smell'
그 이외에 사소한 이야기..
제가 요즘 직장 일로 많이 바쁘고 남편은 한가해서 남편이 밥, 청소 등의 집안일을 다 하는 편입니다. 그중에서 빨래는 제가 하는 편인데, 남편이 빨래를 깔별로 구분하지 않고 빨아 버린 적이 있어 제가 돌려두면 남편이 건조기를 돌리는 것과 햇볕에 말릴 것을 나누어 널어둡니다.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묻더라구요. '왜 자기 속옷은 수건이랑 같이 빨고, 내 속옷은 양말이랑 같이 빨아?'
그래서 제가 '응~ 법으로 정해져있어. 안 지키면 벌금 1억이야' 그러자 남편이 태연하게 '아하! 어쩐지..'
다 끌어모아도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밝은 에피소드는 이 정도밖에 없네요 ㅎㅎ 결혼해서 행복하냐구요? 행복합니다. 엄청나게요. 너무 좋아요. 꼭 하세요... 꼭이요.